
보이지 않는 감각을 형태로 빚어내는 조각가, 고재선
2025 ㅣ 회화·조형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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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을 조각하다
제가 작업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연주를 하고 있는 여인의 형상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여인의 손에는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악기가 들려 있지 않아요. 이 작품에서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건 악기 자체가 아니라, 연주가 이루어지는 순간에 발생하는 소리와 울림이었습니다. 연주자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보이지 않는 진동과 호흡, 공기를 가르며 퍼져나가는 감각을 형태로 붙잡아 보고 싶었어요.
조각은 늘 눈에 보이는 형태를 다루지만,
저는 이번 작업을 통해
시각 너머의 감각을
어떻게 조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보이지 않는 소리를
보이는 형태로 바꾸는 과정은
제 작업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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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의 환경이 만든 변화
청양의 산속에 머물며 작업을 하다 보니 작품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자연적으로 환경이 좋다 보니 괜히 마음이 급해지지 않고, 작업을 서두를 이유도 줄어들었습니다. 이곳에서는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집니다.
작업실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조차 작업의 일부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요. 자연 속에 있다 보니 외부 자극이 줄어들고, 오롯이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상태가 만들어집니다.
그 덕분에 작업 과정이 훨씬 편안해졌고, 결과보다 과정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청양이라는 공간은 제 작업에 필요한 속도를 다시 찾아준 장소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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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태 이전에 필요한 시간
조각 작업은 손을 움직이는 시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길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청양에 와서는 형태를 만들기 전에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어요.
산속이라는 환경은 저에게 자연스럽게 멈춰서는 시간을 허락해줍니다. 어떤 형태를 만들 것인지, 그 형태가 어떤 감각을 담아야 하는지 여러 번 머릿속에서 되짚어보게 됩니다. 이렇게 쌓인 사유의 시간은
결국 조각을 할 때
손의 움직임으로 이어집니다.
급하게 만들어낸 형태가 아니라,
충분히 생각한 뒤에 나오는 형태는
작품의 밀도를 다르게 만들어준다고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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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을 이어간다는 것
저에게 조각은 단순히 물질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감각을 붙잡아 두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 소리, 울림, 긴장감 같은 감각을 형태로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감각들을 조각이라는 방식으로 천천히 풀어내고 싶습니다. 완성된 형태보다 그 형태에 담긴 감각이 관람자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청양에서의 작업 시간은 이런 시도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이 환경 속에서
저는 지금도
형태를 통해 감각을 조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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