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을 불어넣다
자연이 만드는 선을 쓰는 붓글씨 작가, 오진구
2025 ㅣ 회화·조형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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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에서 함께로
붓글씨 작업은
그동안 거의 혼자서만 해왔어요.
작업실에서 혼자 붓을 들고,
먹을 갈며 조용히 글씨를 쓰는 시간이
저에게는 익숙한 작업 방식이었습니다.
그래서 레지던시에 들어와
다른 작가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게 됐을 때는
솔직히 조금 떨리기도 했어요.
내 작업이 다른 사람들 앞에 놓인다는 게
낯설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시간을 함께 보내다 보니
그 긴장감이 점점 재미로 바뀌었습니다.
각자가 다른 작업을 하면서도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이
작업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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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양에서 느끼는 문화의 밀도
청양은 시골이지만 문화적으로 부족하다는 느낌은 거의 없어요. 문화예술회관에서 정기적으로 공연이 열리고, 마을마다 주민자치 활동도 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지만 필요할 때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이곳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도시를 떠났다고 해서 문화와 멀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청양에서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 작업에도 자연스럽게 영향을 줍니다. 삶과 문화가 분리되지 않고 함께 이어지고 있다는 감각이
작업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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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속에서 발견한 선
인삼 농사를 지으며 자연을 가까이에서 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식물과 나무에서 ‘선’을 보게 되더라고요. 줄기가 자라는 방향, 잎이 뻗어 나가는 흐름, 뿌리가 땅속에서 그리는 선들. 자연은 늘 가장 완벽한 선을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 보면 이 생명력을 먹 속에 담을 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그래서 요즘은
글씨를 쓸 때도
자연이 가진 흐름과 리듬을
의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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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 속에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것
저에게 붓글씨는
글자를 잘 쓰는 기술이 아니라,
선에 생명을 담는 일에 가깝습니다.
힘을 주는 순간과
힘을 빼는 순간,
그 사이에서 선이 살아난다고 느껴요.
앞으로도
농사를 지으며 마주하는 자연과
레지던시에서 만난 사람들 사이에서
작업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혼자서만 해오던 작업이
이제는 사람들 속에서
다른 호흡을 얻고 있습니다.
청양에서의 이 시간은
제 작업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순환하듯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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